mojikootoko – 모지코에 사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

반갑습니다.

오늘은 저의 또 다른 페르소나, mojikootoko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는 2019년에 시작되어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하나의 프로젝트입니다.

mojikootoko가 무엇인지 지금까지의 제 이야기와 더불어 앞으로의 프로젝트 활동 방향성과 시행착오 과정 등을 자세히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모지코와의 첫 만남

때는 2019년 2월, 저는 한국에서 건너와 일본의 기타큐슈에 있는 모지코라는 곳에 정착하였습니다. 일본의 호텔 그룹에 취업을 하게 되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입사 시에 희망하였던 가나자와 호텔로의 발령이 아닌, 회사의 지시로 저는 모지코라는 곳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희망하였던 지역이 아니었다고 해서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까이에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이국적인 풍경에 한적한 관광지인 모지코의 풍경을 먼저 인터넷을 통해 접했을 때, 오히려 저는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지코에 자리하고 있는 한 호텔에서 저의 사회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진 찍고 싶다…

신입 사원으로서 호텔의 여러 부문에서 연수를 마치고 6월경 정식으로 부서 배정을 받았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일본 생활에 적응해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흘러, 모지코는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가을의 모지코, 대략 9월 말부터 11월까지 모지코의 가을은 참 아름답습니다. 따스한 햇살과 바다 그리고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비슷하면서도 매일 조금씩 달랐습니다.

당시의 저는 슬슬 일도 조금씩 익숙해졌겠다 다른 것들이 슬금슬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시기였을까요. 해가 저무는 오후의 빛이 만들어낸 풍경은 그날의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사진 찍고 싶다...

한국에 있던 시절에는 친누나의 DSLR를 빌려서 몇 번 찍어본 적이 있던 사진. 아름다운 가을의 모지코는 한동안 제가 잊고 지냈던 사진를 찍고 싶다는 욕구를 다시금 불러일으켰습니다.

문득 생각이 든 후 저는 곧장 아마존을 통하여 첫 DSLR 카메라를 주문하였습니다. 굉장히 많은 분들께서 캐논 DSLR 모델을 입문용으로 추천해 주셨지만 입문자 모델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캐논 카메라는 예전에 친누나의 카메라를 통해 사용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니콘의 D5600 카메라로 저의 사진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mojikootoko 블로그

그리고 카메라를 구입함과 동시에 저는 블로그를 운영해야 했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사진과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인 그 해 여름, 한국에서 친구들이 모지코에 놀러 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친구들은 하필이면 1년 중 모지코에 사람이 가장 많은 날, 즉 호텔이 가장 바쁜 시기인 8월 13일 간몬해협 불꽃축제(関門海峡花火大会)가 열리는 날에 모지코를 찾아주었습니다.

저는 당일 출근을 해야 했고 친구들과 동행하며 모지코를 안내할 수가 없었기에 친구들을 위해 추천하는 맛집 및 명소를 PDF 파일로 만들어서 보내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제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모지코를 찾아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게시하는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minjiblog의 전신인 mojikootoko 블로그의 시작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저의 블로그 여정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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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9년 촉발된 불매운동과 더불어 2020년부터 지금까지 맹렬한 기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한국에 계신 분들이 모지코를 찾아 주시기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그리하여 저 또한 mojikootoko 블로그를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여 mojikootoko 블로그는 2020년에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mojikootoko의 방향성은 사진을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제가 사랑하는 모지코, 함께 나누고 싶은 모지코의 풍경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일념 하에 사진을 찍고 게시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진을 찍고 어떤 식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까 매일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편집하여 업로드를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mojikootoko라는 당돌한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활동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다양한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활동을 통해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 모지코를 사랑하는 많은 지역 주민분들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본업을 열심히 하면서 저는 mojikootoko라는 저의 또 다른 페르소나, 나만의 브랜드를 키워 나가는 것에 집중합니다. 브랜드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거창하고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활동을 해 나감에 따라 이 활동은 오직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꾸준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돈의 흐름과 자산에 관한 고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mojikootoko 프로젝트의 시작에는 다분히 비즈니스적인 의도가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힘은 막강하며, 돈에 의하여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돈이 돌고 순환하는지 설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맥락으로는 자신만의 자산을 가진 다는 것에 대하여 저는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일정한 현금 흐름을 꾸준하게 낳는 자산, 어쩌면 매일매일 소중하게 찍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쌓여, 훗날 나만의 자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상의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이것들을 모아 꾸준하게 업로드한 인스타 계정은 이야기가 쌓여 하나의 덩어리, 즉 브랜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꾸준하게 찍은 사진들을 엮어서 사진집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이것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자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공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또한 제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모지코의 사진을 찍는 활동을 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합니다. 약 3년간 mojikootoko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일체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본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통하여 돈이 자연스럽게 순환된다면 저는 조금 더 mojikootoko 활동에 집중할 수 있고 아름다운 모지코의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많이 남기는 mojikootoko 활동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순수한 예술 활동이더라도 어떤 식으로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생각하고 설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마플샵 셀러가 되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시작한 POD (Print on Demand, 재고를 쌓아 두는 것이 아닌 주문 후에 제작이 이루어지는 서비스) 서비스 회사, 마플샵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일러스트나 캐릭터 등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굿즈를 손쉽게 만들고 판매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서비스의 좋은 점은 굿즈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온라인 매장을 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하나씩 하나씩 마플샵측에서 곧바로 굿즈를 제작한 후 배송까지 도맡아 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매력을 느낀 저는 곧바로 굿즈를 판매할 수 있는 셀러 신청을 하였고 다행히 합격하여 마플샵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퇴사, 그리고 위기

그러던 와중 저는 첫 직장이었던 호텔을 그만둡니다. 호텔에서의 경험 및 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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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휴식을 취하면서 계획한 마플샵을 통한 판매 활동과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며 여유롭게 이직을 생각해 보려던 계획이었습니다. 취업 비자는 원칙상 무직 기간이 3개월로 제한되어 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그 기간의 연장이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대는 빗나갔습니다. 2021년에 들어서며 조금씩 항공편도 재개되고 있었고 단순히 코로나를 핑계로 비자를 연장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입국관리국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비자 자격이 곧 말소되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를 듣고 저는 부랴부랴 서둘러 다음 직장을 찾게 됩니다.

비자 문제로 인한 판매 불가

그렇게 퇴사를 한 후 계획해 왔던 굿즈의 판매 및 mojikootoko 활동을 하며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 해 겨울은 유독 추웠습니다.

당시에 저는 일본에서 취업 비자로 생활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취업 비자라는 것은 일본에서 취업을 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다양한 활동이 자유롭게 보장되어 있지는 않은 조금은 불안정한 상태의 비자입니다. 아르바이트는 물론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또한 한국의 회사인 마플샵을 경유하여,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가 비자의 성격상 허용되는 활동인지 아닌지가 조금은 애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며 판매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머무르며 생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정식으로 입국관리국에 해당 사항을 문의하였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일본에서 취업 비자로 머물고 있는 이상 비즈니스 행위는 불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제작을 마친 저의 굿즈는 오랜 잠들게 되었고 판매 활동은 무기한 보류됩니다.

김경만 감독의 사진학개론

김경만 감독의 사진학개론 2020 마지막 방송! 연말특집 3탄 감정이 들어있는 사진

이때 즈음 김경만 감독의 사진학개론 유튜브 채널에 mojikootoko가 소개되었습니다. (12분 47초부터)

사진에 관하여 전체적이면서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소중한 의견 및 피드백을 많이 담아주셔서 지금도 가끔씩 돌려보고 있는 영상입니다. 김경만 감독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지코에 남게 되다

이후 샘플로 주문하였던 토트백은 신세를 지고 있는 주변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저는 이직 활동에 전념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같은 기타큐슈시에 자리한 한 회사에 이직을 하게 되었고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였기에 저는 계속해서 모지코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뜻한 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답답했지만 이전과 같이 묵묵히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함없이 mojikootoko는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녕, 모지코

그렇게 시간이 흐른 2021년 11월. 저는 오랜 시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도 저를 믿고 함께해 준 일본인 여자 친구와 결혼을 결심하였습니다.

다만 한국으로의 왕래가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우선 법적인 절차 및 비자 변경을 우선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법적인 절차를 위해서는 거주 주소 등의 확인을 고려하여 결과적으로는 이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저는 결혼을 준비하기 위하여 2022년 4월 잠시 모지코를 떠나게 됩니다.

새로운 시작

각종 서류 준비와 혼인 신고, 비자 변경 절차를 마치고 시간이 흘러 2022년 9월, 저는 일본의 배우자 비자를 취득하였습니다.

배우자 비자를 취득할 경우,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앞서 소개한 취업 비자 보다 더 자유롭게 일본에서 지낼 수 있게 됩니다. 꼭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일본에 머무는데 크게 제한이 없습니다. 또한 비즈니스 활동이 가능하게 되어 저만의 사업하거나 프리랜서로 지내는 것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에 판매하지 못했던 mojikootoko의 비즈니스 활동 또한 재개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22년 9월 3일. mojikootoko 활동를 통해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굿즈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다음 스텝으로 한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 말씀드린 대로 굿즈를 통해 얻는 수익의 50%는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50%는 더욱더 아름다운 모지코의 사진을 찍는 데에 쓸 예정입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여기까지가 2022년 9월 현재까지의 mojikootoko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것,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남기고 싶은 아마추어 사진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모지코라는 항구 마을을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지나 온 3년간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마음으로 그곳의 풍경을 담고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금전적인 이득은 없었지만 이 활동을 계기로 만난 많은 분들은 저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또한 제가 찍어 온 사진들은 훗날 시간이 흘러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저의 소중한 일기가 될 것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에 저는 큰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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