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텔 취업 이야기 – 프론트부터 백오피스까지 2년간의 경험

반갑습니다.

오늘은 어느덧 일본 취업 4년 차에 접어드는 저의 첫 직장이었던 호텔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현재 일본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 특히 일본 호텔 취업에 관하여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여 제 경험담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본 게시글은 다음과 같은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일본 호텔 취업을 생각하고 준비 중이신 분들
  • 호텔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호텔 취업을 염두 중이신 분들
  • 일본 워킹홀리데이나 유학 경험 없이 일본 취업에 도전하시는 분들

말씀드리는 이야기의 주 시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이전입니다. 제가 호텔에서 근무를 시작한 2019년 초 당시는 일본의 지방 소도시 곳곳까지 한국으로부터의 인바운드 관광객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또는 미래의 상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직접 경험한 것에 국한된 설명을 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간략한 저의 배경 설명

호텔 통로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저는 2018년 K-MOVE라는 정부 지원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하여 일본에 오게 되었습니다. K-MOVE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전 일본어 능력 시험 JLPT N1을 독학으로 취득한 상태였습니다.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 혹은 유학을 했던 경험은 없었습니다. 서울의 4년제 인문계 학과를 졸업하였고 내정을 받았던 당시 나이는 20대 후반이었습니다.

내정을 받은 곳은 도쿄에 있는 호텔 본사였고 곧바로 지방에 자리한 호텔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2019년 초부터 2020년 말까지 약 2년간 근무를 하였습니다. 현재는 호텔을 떠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여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취업 준비 과정

K-MOVE

저는 혼자서 일본 취업 준비를 해오다가 일본 호텔 취업을 목적으로 한 K-MOVE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참가를 결정하였습니다. 비즈니스 일본어 교육과 더불어 엔트리 시트 작성법, 면접 대책 등의 내용으로 약 3개월간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약 20명의 동기들과 함께 풀타임 연수를 받았습니다. 또한 교육 과정과 면접 과정 전반에 있어 K-MOVE를 주관하는 해당 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K-MOVE는 국가 지원 사업이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에는 일정 금액의 개인부담금이 있습니다. 저도 정확히는 기억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당시 일정 금액을 부담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제가 참가하였던 프로그램이 2020년에도 이루어져 자료를 살펴보니 개인부담금액이 12만원인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개인부담금은 K-MOVE를 주관하는 기관 및 업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참가한 K-MOVE 프로그램에서는 교육 과정의 후반부에 서류 전형 및 면접이 이루어지게 될 호텔 체인 및 지방 호텔의 리스트가 약 10군데 정도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교육 과정 후반부에 자신이 희망하는 호텔에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면접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뤄졌습니다. 엔트리 시트를 제출하고 서류 전형을 통과할 경우 온라인으로 2차 면접을 하거나 오프라인 합동 면접이 있어 1박2일로 후쿠오카를 함께 다녀온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동기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K-MOVE 프로그램은 절대로 취업이 100% 보장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면접이 예정된 해당 기업에서는 K-MOVE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볼 의향이 있다 혹은 면접을 진행해 볼 생각이 있다 정도의 자세였습니다. K-MOVE 스쿨을 수료하였다고 하여 대단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며, 학생들을 채용하려는 각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른 일반적인 면접 지원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식이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는 같이 K-MOVE 프로그램을 이수했던 동기들 가운데, K-MOVE에서 진행된 면접에서는 성과를 얻지 못했으나 연수 과정 이외에 자신이 스스로 알아보고 면접을 진행하여 K-MOVE 프로그램 이외에서 내정을 받은 동기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저는 긴장을 놓지 않고 3-4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하였고 그 결과 당시 1순위로 희망하였던 호텔 체인으로부터 내정을 받아 일본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요구되는 일본어 실력은?

자격증으로는 가능하다면 미리 JLPT N1을 취득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JLPT의 경우에는 유효 기간이 없기 때문에 취득해 놓을 경우 오랜 기간 상당히 유용하게 쓰이는 자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류 전형이나 면접 그리고 그 후의 회사 생활에 있어서도 JLPT N1 자격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큰 메리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JLPT N1 자격은 있었으나,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하며 유학을 하거나 워킹 홀리데이를 경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당시 저에게는 큰 컴플렉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본어를 구사하기 위하여 기본적인 공부는 물론, 드라마와 영화를 무한 반복하며 대사와 발음을 익히는 쉐도잉 연습을 많이 하였습니다. 또한 엔트리 시트나 면접에서 사용하는 일본어의 경우에는 가능하면 원어민 친구나 일본어 선생님에게 미리 내용을 보여드리고 피드백 및 첨삭을 받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였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관 게시글

일본어 공부법 – 내가 10년간 일본어를 배우고 익혀 온 과정

당연한 말씀이겠지만 일본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깔끔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일본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 즉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일본어 실력. 거기에 더해 JLPT 자격 취득과 발음 연습을 추가한다면 일본 호텔 취업을 위한 일본어 능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일본어 능력을 바탕으로 엔트리 시트와 면접에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호텔에서의 이야기

호텔리어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연수 기간

입사하여 먼저 호텔의 각 부문을 경험하는 연수 기간을 가졌습니다. 총 연수 기간은 약 2달간이었으며 레스토랑과 프론트, 백오피스의 영업기획부와 관리부를 각 2~3주간 경험했습니다. 간단하게 각 부서의 업무를 경험해 보며 호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는 것에 집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우선 일본에 처음 와서 느낀 것은 생생한 현지 일본어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취업을 하기 전 일본에서 생활한 경험이 없었고, 거기에 더해 지방 도시의 사투리도 한몫하여 이 시기에는 기본 업무를 익히는 것은 물론 다시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던 기억이 납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 또한 일본어는 한국에서 미리 철저히 준비하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와서 생활하다 보니 자신의 일본어가 참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일본어 공부는 일본에 오고 난 뒤에도 꾸준하게 해야 했습니다.

백오피스 소속

그렇게 연수 기간을 마친 후 저는 백오피스 소속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모객 및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 지사가 있어 그분들과 연락을 하며 여행 동향을 파악하거나 Jalan, Rakuten Travel, Agoda, Booking.com 등의 온라인 에이전트 담당자분들과 논의하며 시즌별 혹은 각종 상황에 맞춰 호텔의 숙박 요금을 조정하는 업무, 새로운 숙박 플랜을 만드는 업무 등을 경험했습니다.

호텔의 현장 업무인 프론트나 레스토랑의 경험 없이 곧바로 백오피스 근무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었지만, 제가 호텔 취업을 준비하며 상상했던 호텔리어로서의 업무와는 달랐기 때문에 직접 손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었습니다. 또한 커리어적으로도 숙박부 업무를 충분히 경험한 다음에 백오피스에서 지원 업무를 하는 것이 순서적으로도 타당하며 더욱더 깊은 이해를 통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습니다.

한국인 스태프로서의 역할

호텔 일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신입이었을 때에도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여기저기로 불려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9년 당시 호텔에는 거의 언제나 한국 손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한국어를 통하여 안내를 드려야 하는 상황이 있으면 일이 서툴러도 제가 나서서 일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전혀 싫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타지에서 한국 분들을 만나 뵙는 것도 좋았고 다른 스태프들과는 다른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손님들로부터도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안심했다는 말씀을 듣거나 가끔씩 선물을 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참 감사한 마음으로 기분 좋게 한국 분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은 힘들지만 보람 있게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후 2019년의 불매 운동 및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한국인 분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어 굉장히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호텔 프런트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프론트로 이동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하여 한국으로부터 오시는 분들을 더 이상 만나 뵐 수 없다는 쓸쓸함과 조금 더 현장의 업무를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 거기에 더해 그동안 함께 일해왔던 동료 및 상사의 전근으로 저는 프론트로 이동을 희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20년 가을부터는 프론트로 이동하여 체크인, 체크아웃, 예약 전화 응대 등 프론트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백오피스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하였지만 기본적으로 숙박 업무를 계속 서포트 해왔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프론트에 적응하였습니다.

프론트의 경우에는 체크인 / 체크아웃 절차를 비롯하여 모든 손님을 일일이 응대하여야 했습니다. 기본적인 호텔의 전달 사항 및 조식 시간 안내, 체크아웃 시의 결제 사항 체크 등 많은 부분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체크하고 대부분을 구두로 전달했습니다. 투숙객이 많아지는 주말에는 이러한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여야 했기 때문에 많은 체력이 요구되었습니다.

또한 여전히 전화를 통한 숙박 및 레스토랑 문의, 전화를 통한 숙박 예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 응대 또한 담당하였습니다. Go To Travel과 같은 정부의 여행 지원 프로그램 및 레스토랑의 신메뉴, 숙박 요금 및 예약 현황 문의, 분실물 의뢰 등 다양한 문의 전화가 쇄도했기 때문에 항상 최신 정보를 숙지한 다음에 전화를 응대해야 했습니다.

복리후생

주거비용

호텔은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급여가 높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회사 차원에서의 주택 보조금이 있어서 일본 생활의 시작에 있어 큰 부담이 되는 월세나 각종 초기 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건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하며 기본적으로는 본인이 거의 전부를 부담하여 집을 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생활 초기에는 자금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는지 미리 체크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식비

호텔에는 기본적으로 종업원 식당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한 호텔에서도 종업원 식당이 있어 복리후생 차원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점식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호텔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근무한 곳은 레스토랑이 있어 셰프 분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은 언제나 요리를 실험하셨기 때문에 저 또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았습니다.

시프트 제도

기본적으로 호텔은 시프트 근무였습니다. 처음으로 소속된 곳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백오피스였지만 아무래도 호텔은 주말 및 공휴일이 가장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쉬는 시프트 제도가 다른 스태프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적용되었습니다. 평일에 쉴 수 있다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쉬는 골든 위크 혹은 연말연시 연휴가 반대로 가장 바쁜 시기가 되어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호텔리어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실질적인 호텔의 업무 방식

제가 근무한 호텔의 경우에는 관광지에 자리한 리조트 호텔로 기본적인 숙박은 물론 레스토랑, 연회장채플(Chapel, 종교적인 목적이 아닌 결혼식을 목적으로 한 공간입니다)이 있어 주말이 되면 다양한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게 됩니다.

이러한 리조트 호텔에서는 멀티태스킹 근무가 이루어지는 곳이 많은데 제가 근무한 호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날의 숙박객이 많아 조식 이용객이 많은 경우에는 일찍 출근하여 아침 조식 지원 업무를 마친 후 다시 오피스로 돌아와 자신의 담당 업무를 진행한다거나. 체크인이 굉장히 바빠지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프론트의 업무를 도와주러 잠깐 자리를 비우는 등의 일은 일상다반사였습니다. 자신의 담당 업무가 끝나면 옆 부서의 업무가 끝나지 않아도 퇴근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일반적인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눈앞에 있는 업무를 모두가 다 같이 힘을 내서 끝내는 것에 집중하는 식의 일처리 방식이 제가 느낀 호텔의 업무 방식입니다.

이것은 비단 제가 근무한 일본 호텔만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이 일본 취업을 준비하여 한 유명 리조트 체인에서 일을 시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전에는 레스토랑에서 업무를 한 후 오후에는 숙박 업무에 투입되는 것이 자신의 기본적인 근무 시프트라는 이야기를 들을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는 것이 좋은 면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기에 적합하지는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종합직이라는 이름의 채용 형태가 있는 일본 특유의 포텐셜 채용 방식을 생각하면 특이한 업무 방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 세상은 점점 더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고 있다고 느꼈고 이런 면에서 저는 호텔 업무에 조금씩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대부분인 호텔에서는, 필연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부문과 일손이 남는 부문이 생기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교차식 시프트는 호텔의 업무 시스템상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황한 호텔리어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지극히 주관적인 호텔 근무의 장단점

호텔 근무의 장점

참 단순하지만 맛있는 것을 먹을 기회가 많습니다. 제가 근무한 호텔의 경우에는 종업원 식당의 음식들도 저렴하였고 직접 셰프 분들이 만들어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한 레스토랑 시설이 있는 시티 호텔, 리조트 호텔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셰프 분들이 언제나 요리를 실험하시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은 한껏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소소한 장점인데, 가족이나 친구들이 일본으로 놀러 오게 될 경우 대접을 하기가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호텔의 숙박료 및 레스토랑까지 스태프 가족 할인이 대폭 적용되어 저 또한 기분 좋고 편리하게 가족과 친구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직접 눈앞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님의 기뻐하는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함께 일하면서 호텔업 및 서비스업에 열정을 갖고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려고 하는 그분들의 노력을 저는 존경하며 서비스 정신은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텔 근무의 단점

기본적으로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순수하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환대 문화) 정신으로 대표되는 것이 일본의 호텔이기에 서비스 정신이 투철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시스템적으로는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기본적으로 체크인과 체크아웃, 예약 전화는 일일이 고객 응대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분 한 분을 최선을 다해서 모시는 오모테나시 정신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당연시하여 발생하는 반복 업무의 피로감과 비효율성은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계속 의문이 들었던 것은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성장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은 특히 프론트에서 근무하고 있을 무렵 제가 느낀 감정입니다. 이 일을 계속해 나가서 내가 어떤 스킬을 익히고 그 결과 어떤 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당시의 저는 스스로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습니다.

휴식중인 남자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개인적인 생각

개인적으로는 일본 국내를 여행할 때 가성비가 좋은 비즈니스 호텔을 애용하는 편입니다. 제가 근무한 곳처럼 다양한 행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티 호텔, 리조트 호텔보다는, 심플하게 숙박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에서도 한 번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심플하게 숙박에만 집중하여 가격 경쟁력이 있는 비즈니스 호텔은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로나 상황 이후에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비즈니스 호텔들은 발 빨리 자동 체크인 체크아웃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조식을 도입하는 등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눈에 띄었지만, 시티 호텔 혹은 리조트 호텔의 경우에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민첩하게 대응하는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백오피스에서 근무하였을 때는 호텔의 매출을 분석하고 마케팅을 생각하는 등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대부분의 호텔 업무는 사람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그러한 서비스는 사실 매일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업무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AI가 더 발달하고 있고 일자리를 곧 대체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는 중에 매일 같이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것만으로 ‘어떻게 나의 경쟁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계속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업무 시간 이외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개인의 블로그를 쓴다던가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는 등의 회사 바깥에서의 활동 및 공부에 많은 힘을 쏟아왔습니다.

호텔에서의 2년간을 되돌아보며

호텔리어
cottonbro 님의 사진, 출처: Pexels

그렇게 저는 약 2년간 근무했던 호텔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간추리자면

  •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거나 다른 호텔로 이동
  • 이어지는 잔업과 격무로 인한 피로감
  •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
  •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
  • 스스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 후 저는 이직을 하였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위의 고민들이 모두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2023년 06월 추가 내용

호텔 취업 및 근무에 대한 풋내기의 신랄한 의견을 담은 이 글을 쓴 지 어느덧 1년 5개월이 흘렀습니다. 이 글은 구글 검색 순위에서도 제법 상위에 게시되어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셨습니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신 분도 계셔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23년 6월 현재 저는 호텔에서 다시 일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비즈니스 호텔 체인에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현재까지 제가 생각했던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날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앞을 알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실상 코로나는 종식에 가까워졌고 왕래가 자유로워짐에 따라 한국 분들은 물론 많은 분들을 다시 이곳 일본에서 만나 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길고 길었던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흐름 속 저도 모르는 사이에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욕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처음으로 호텔에서 근무를 시작했던 2019년이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모든 일이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더 경험을 쌓고 고민하고 공부하며 새롭게 얻는 것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롭게 배운 것들은 계속해서 이곳 블로그를 통해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마치며

당연한 말씀이지만 일본 호텔 취업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사실은 일본 취업 자체가 결승점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이라는 것입니다. 일본 취업이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과정이며, 달성하고 나면 또 다른 난관 혹은 기회들이 여러분 앞에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되돌아보면 저에게 있어 일본 취업은 평소 좋아하고 관심이 있던 일본에서 돈을 벌며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해외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일본에서 취업을 한 덕분에 이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또한 제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녀 본 경험이 없어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직장인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에서 오는 애로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며 느끼는 회의감,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고민은 어디에 있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취업 준비생 시절에 꿈꾸던 일본 생활, 유학 시절에 경험한 일본과 다르게 직접 돈을 벌며 경험하는 일본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와 함께 일본 취업을 준비하고 함께 일본으로 건너왔던 많은 동기들이 다양한 이유로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