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오늘은 일본 생활의 장단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하시는 주제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저도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글을 씁니다. 다음과 같은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본 게시글을 작성하였습니다.
- 일본 생활을 계획하고 계신 분
- 한국과 일본의 생활과 문화의 다른 점을 알고 싶으신 분
- 현재 생활하고 있는 환경을 바꾸어 보고 싶으신 분
위의 분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또한 지금부터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에는 저의 배경과 성격, 경험에 바탕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점 감안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용
간단한 자기 소개
저는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마친 후, 2019년 2월에 해외 취업을 하게 되어 일본에 오게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2년 2월 현재 정확하게 일본에서 생활한 지 3년을 지나 4년차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은 호텔이었으며 약 2년간 호텔에서 근무한 후 현재는 어학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생활하고 있는 곳은 큐슈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기타큐슈시라는 곳입니다. 저의 자세한 일본 취업 스토리는 아래의 글을 통하여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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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의 장점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가 있다
얼핏 쌀쌀맞고 정 없이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것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분들은 서로 간에 아무리 친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상대방과의 선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을 매일같이 느낍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는 동료는 물론 상사, 하물며 사장님이더라도 자신보다 직위가 낮은 직원에게 일을 부탁하는 경우에도 ‘~씨, ~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는 식으로 대부분의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상대방에게 신세를 지거나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꼭 짧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공공장소에서나 일상생활에서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그다지 없어 이 부분은 일본 생활에 있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음식 맛이 좋다
‘일본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맛이 훨씬 뛰어나다’ 이런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처음 보는 가게를 가거나 마트에서 처음 보는 음식을 사더라도 ‘실패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일본의 음식점은 전문용어로 평타 이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 체인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로컬 음식점들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역사가 오래된 곳이 많은 데다가, 까다로운 미식가분들이 많이 계셔서인지 지난 3년간 일본에서 웬만한 식당을 가더라도 크게 실망한 적은 없었습니다.
살기 편한 지방 도시
많은 편의 시설들이 서울 혹은 부산, 즉 대도시에 몰려있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전국 각지에 있는 지방의 중소 도시가 건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본적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우리 나라보다 일본의 지방 도시가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해 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방 도시라고 하여 느끼는 소외감이 적다고 느낍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애착을 갖고 발전시키려고 하는 애향심은 사실은 조금은 부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지방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크고 넓은 서점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참 좋습니다. 대기업에서 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의 서점과는 다르게 중소 서점이 지방 곳곳에 있고 책 가격 또한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전국 어디서든 그리고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서 구입을 하더라도 가격이 동일하기 때문에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들이 활기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하여 다른 지방 도시를 여행할 때는 꼭 그 지역의 서점을 방문하는 것이 저의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그리하여 저 또한 기타큐슈시라는 지방 도시에 살고 있지만 지금까지 지방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이나 소외감을 느낀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기타큐슈시가 절대로 작은 도시는 아닙니다.) 필요한 시설들은 가까이에 충분히 있는 반면, 도쿄나 후쿠오카만큼 인구수가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쾌적하면서도 편리한 생활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부분에서 배려가 있는 서비스가 많다
제 경험상 신속하고 효율적인 것을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조금은 느리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 섬세한 배려가 담긴 디자인이 일본에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버스가 정차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의 대중교통, 특히 버스의 경우에는 버스가 움직이는 도중에 미리 내릴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빨리빨리 내릴 사람은 내리고 다음 정거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지체시키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신속하고 효율적이지만 어르신들이나 장애우분들이 이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불편을 느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에 반하여 일본의 경우에는 조금은 템포가 느리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서비스가 충실히 되어 있어, 비장애인인 제가 느끼기에도 한국에서의 삶보다 마음이 급해지는 일이 적다고 느낍니다. 이런 템포와 디자인은 단순히 버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녹아 있어서 사람에 따라 이것을 느리고 비효율적이어서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조금 여유 있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게 되어 하나의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까이에 저렴하고 좋은 온천이 많다
지형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오래전부터 온천 문화가 발달 되어있는 일본에는 전국 곳곳에 좋고 저렴한 온천이 많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500엔 안팎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온천 시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뜨끈한 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낙이다 보니 이것은 저에게 있어 큰 장점입니다.
일본생활의 단점
돌려 말하게 되어 의사소통이 더딜 때가 있다
일본어에는 존경어, 겸양어 등의 수식어가 많다 보니 직설적이고 빠른 의사소통을 통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에는 일본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여기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더해져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에둘러 표현하다 보면 문제 해결까지 많은 길을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다른 언어에 비하여 일본어에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에 덧붙이는 완충제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비즈니스 이메일을 작성하는 경우, 전화 응대를 하는 경우 혹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제안 등을 거절을 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의사를 되도록이면 완곡하게 표현하게 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한국어 혹은 영어 보다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 완충제라는 것이 있어서 의사소통에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하지만 이것이 과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효율적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해지는 것이 어렵다?
앞서 장점에서 말씀드린 상대방과 자신의 선을 지킨다는 것의 이면에 그만큼 다른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것이 어렵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 선을 지키는 것을 제1순위로 일본 분들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터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본 분들이 차갑다거나 정이 없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사람으로서 우리와 느끼는 감정은 똑같지만,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우리와는 다른 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조금 다르게 익혔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해질 경우에는 그만큼 상대방과의 선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서로 간에 큰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공공행정이 느리고 불편하다
여전히 많은 일본의 공공 기관이 종이 서류 및 팩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을 포함하여 각종 공공 서비스가 신속하지 못하다는 부분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사회 전반에는 캐시 리스(Cashless, 현금이 필요 없는 시스템)의 도입과 같은 맥락에서 DX(Digital Transformation, 생활이나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기술의 도입 및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마이 넘버 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를 활용한 공공행정의 온라인화 등 다양한 혜택을 동원하여 생활 전반의 디지털화 및 디지털 교육을 통한 도입이 진행 중입니다만 전반적으로 특히 노년층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아 전면적인 도입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금 위주의 사회
이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하여 지난 3년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부터 캐시 리스 도입이 가속화되어 2022년 현재 편의점이나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 음식점 등에서는 라인 페이(LINE Pay), 라쿠텐 페이(Rakuten Pay) 등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대부분 도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 도시를 여행하는 경우나 생활 곳곳에서 현금(지폐와 동전)이 꼭 필요한 때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일본 생활에 있어 동전 지갑은 여전히 필수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 요금이 비싸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기타큐슈시를 예로 들자면, 우선 JR 전철과 모노레일, 버스가 주요 공공 교통수단입니다. 도쿄나 오사카 등의 대도시는 대도시 나름대로의 불편함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지방 도시이든 대도시이든 한국과 같이 각 대중교통 간에 환승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공통적입니다.
관광 목적으로 판매하는 티켓의 경우에는 패키지 상품처럼 저렴하게 여러 교통수단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환승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같이 모노레일과 JR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경우, JR과 버스를 함께 이용해야 하는 경우 등 2가지 이상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분의 경우에는 교통비의 부담이 매우 크게 됩니다.
외식 물가가 비싸다
앞서 장점에서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이면에는 음식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도시락이나 규동, 우동 등 주로 메인 메뉴를 단품으로 주문하는 식당의 경우에는 1000엔 미만으로도 충분히 한 끼 식사가 가능하지만 야끼니쿠, 야끼토리 등 술과 함께 곁들여서 먹고 마시면 5천엔, 혹은 1만엔을 넘기는 것이 예삿일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일본 분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에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의 기준이 저의 기준보다 높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이 정도 돈을 내어도 아깝지 않다는 금액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양념치킨, 삼겹살, 김밥 등의 한국 음식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음식들도 이러한 일본의 물가에 가격대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보다는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분들의 입장에서는 맛있고 오히려 이 가격대가 적정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격 전략이 일본에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안이 춥다
추운 겨울이 되면 저는 한국의 온돌이 너무나도 그립습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기타큐슈는 비교적 남쪽에 자리한 큐슈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되면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제법 쌀쌀한 날씨를 보입니다. 겨울에는 전기스토브 혹은 난방기로 집 안을 따듯하게 하지만, 역시 온돌의 따듯함과 우수성을 뼛속 깊이 알고 있는 저로서는 일본의 난방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매년 겨울이 되면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집안이 쌀쌀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목욕 문화가 발달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요즘에는 들고 있습니다.
세금이 많다
일본에서 직장인으로서 적용되는 세금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후생연금보험, 소득세, 주민세입니다. 회사 측에서 절반을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와 후생연금보험, 이와 더불어 월급에서 자동적으로 제하게 되는 소득세가 있고 마지막으로 분기별로 납세를 해야 하는 주민세가 있습니다.
주민세는 각 지방 자치단체에 납세하는 금액인데 이것은 후루사토 납세(ふるさと納税)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지자체에 주민세를 납부하는 것을 선택하고 이에 대한 답례로 해당 지자체에서 준비한 특산품을 얻을 수 있는 제도 및 절세 방법입니다.
일본의 세금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게시글을 통하여 다음 기회에 자세히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항목 수만 보자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아져 버렸습니다만, 보시다시피 저는 일본 생활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으며 당분간은 일본에서 계속 머무를 예정입니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유토피아가 지구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족을 모르는 인간이기에 어디에 있더라도 그곳의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에 따라 그것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지낼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여 다른 안식처를 찾아 떠날 것인가라는 부분은 각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겠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에서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봐도 좋았던 점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일본으로 떠나는 것을 결심하였고 3년 전 저의 선택에 만족하며 현재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직 좋은 것만을 취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지구는 넓고 발붙이고 살 곳은 많습니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미래의 저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