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5년이 흐른 후 지금의 내가 느끼는 것들

반갑습니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며 느끼는 점을 글로 남겨보려고 합니다. 2019년 2월에 해외 취업을 통해 일본에 오게 된 이후 어느덧 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제가 느끼는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본 생활의 장단점 및 일본 취업에 관하여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왔습니다. 연관 게시글은 아래의 글을 참조해 주십시오.

연관 게시글

일본 생활 장단점 – 일본 생활 4년차 직장인이 느끼는 일본의 모습

사람 사는 곳

일본의 거리 풍경
Donald Tong님의 사진

약 5년 전 저와 함께 일본 취업을 준비하여 함께 일본으로 온 친구들 중에서는 이미 오래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많습니다. 연락이 모두 닿지는 않지만 아마도 절반 이상이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이 좋아서 일본에서의 취업을 선택했던 친구들이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소식을 들으며 그만큼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이 아닌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성격상 맞는 편인듯 합니다. 또한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곳에서 계속 생활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일본인 아내와 작은 가정을 이루었고 이곳에서 일하며 큰 탈 없이 지내고 있기에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이곳에서 지내지 않을까 합니다.

문화적인 면에서 조금씩 다른 부분도 물론 있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것은 같은 사람 사는 곳이라는 면에서 크게 다른 부분은 없다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도 디테일한 부분은 한국과 다른 부분들이 있겠지만 결국 더불어 살고 함께 돕고 사는 사회라는 점에서 오히려 비슷한 면이 많다고 느낍니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지요. 외국에서 사는 것은 자신이 속했던 기존의 문화와 사회를 벗어나 해방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결국 또 다른 문화권에 속하여 살아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반드시 생깁니다. 이곳만의 문화 그리고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온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외국인에게 우리는 자연스레 호감을 갖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저 또한 이곳에서는 이방인이기에 이곳의 문화를 존중하며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지냈던 것이 일본에서의 생활을 원활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됩니다.

변두리에서 찾은 행복

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20대 대학 시절을 보냈지만 사실 경상남도에 자리한 작은 농촌 마을에서 나고 자란 시골 출신입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대도시의 다이내믹한 환경이 주는 즐거움보다는 피곤함이 많다는 것을 대학 시절을 보내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일본에 올 때에도 도쿄와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잘 맞아 일본 생활 초기부터 지금까지 기타큐슈라는 도시에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기타큐슈시는 도쿄, 오사카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의 일본 중소도시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타큐슈 공항도 활성화가 되었고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있어 이곳을 여행하는 한국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시와 근교에 있는 자연이 주는 매력이 어우러져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에 저도 이곳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으며 일본을 여행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사회인이 되어 느끼는 점

한국에서 보낸 대학생 시절을 지나 사회인으로서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살아온 지난 5년을 되돌아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해봅니다. 이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느끼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저의 경우 사회인이 된 시기가 일본에 오게 된 시기와 같기에 이런 생각이 함께 듭니다.

계속해서 다양한 것에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를 계발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본업은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계속해서 공부하고 느끼며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라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눈 경험들은 앞으로도 더욱 넓은 세상을 마주하고 싶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외국어

하천
Donald Tong님의 사진

일본어

일본 생활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일본어를 일과 사생활에서 사용하다 보니 이제 의사소통에 크게 지장이 없는 편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일본 생활 1년 차, 2년 차와 비교하여 급격하게 일본어 실력이 향상되었냐고 물으신다면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에 관하여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경제학을 전공하던 시절에 마주한 그래프인데 투입량이 늘어나도 산출량이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우상향의 그래프가 아닌 점점 옆으로 눕게 되는 그래프입니다. 일상 속 쉬운 예로는 배고픈 상태에서의 만두 하나를 먹었을 때의 만족감과 이미 10개를 먹어 배부른 상태에서 먹게 되는 만두 하나의 만족감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그래프와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실력의 증가세는 점점 더디게 느껴집니다.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 공부를 하던 때와 비교하여 지금은 공부를 하더라도 실력이 늘고 있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일본어 자격증 시험으로 대표적인 JLPT는 이미 오래전에 1급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도 현재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기에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것 또한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가 알게 된 것은 모르는 것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그것들은 그저 흘러가 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일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일본어 실력이 저절로 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여 확실하게 익혀두지 못한 표현이나 말들은 제 것이 되지 못합니다. 특히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이 많이 담겨있는 소설을 읽을 때 자주 느끼는 부분입니다.

영어

일본에서 영어를 잘 구사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지만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비교하여 영어 공부는 반드시 모두가 기본적으로 구사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이곳 일본에서는 적은 것을 느낍니다. 모두가 영어 공부에 목을 매는 것도 좋은 현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영어 공부에 대한 흥미가 한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기에 스스로 노력하는 것만으로 큰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일본어를 배움으로써 다양한 일본어로 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어 그것이 가지는 굉장한 효용을 알기에 영어 공부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더욱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정보를 원활하게 습득하기 위해서 영어를 또 다른 하나의 도구로서 익히고 사용하기 위하여 영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외국이라는 인식

나고 자란 곳은 아니지만 어느덧 5년 정도 이곳에서 계속해서 생활하고 있다 보니 이제 이곳이 외국이라는 인식은 굉장히 옅어졌습니다. 때때로 들리는 대화가 한국어인지 일본어인지 나중에서야 인식하는 경험을 가끔씩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가끔씩 한국에 돌아갔을 때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다른 것을 마주하여 신선한 느낌을 얻고는 합니다.

제가 나고 자란 한국을 조금 떨어져서 예전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회 현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것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그 배경이 되는 역사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마치며

절벽과 바다
Donald Tong님의 사진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들을 얻고 경험한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곳임에도 이곳은 외국이기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을 자주 만나 뵐 수 없다는 것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죄송한 마음이 쌓여갑니다.

이상으로 일본 생활 만 5년을 지나고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 일본 생활 10년째를 맞이하는 날이 오면 그때의 생각을 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